"24만원에 사 240만원에 판다"…젊은 봉이 김선달 '리셀러' 성황

입력 2019-12-21 08:38   수정 2019-12-21 17:51


지난 16일 인기 브랜드 '슈프림'의 일본 오사카 매장에서 의류 수십 점의 도난 사건이 발생했다. 오사카 경찰 당국은 용의자는 '리셀(resell·재판매)'로 높은 이윤을 챙길 수 있는 슈프림 박스 티셔츠를 노렸다고 전했다. 그 중에서도 이번주 처음 출시되는 반다나 박스 로고가 박힌 티셔츠 컬렉션을 찾으려 했다. 정가는 17만원 선인데도 슈프림 박스 로고 셔츠의 리셀가는 보통 120만원이 훌쩍 넘는다. 그래도 '없어서 못 팔 지경'으로 불티 나게 팔린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28조원이었던 리셀 시장 규모는 내년엔 48조까지 급성장할 예정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리셀 문화가 본격 유입되기 시작했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 중고거래 넘어 재테크, 사업 수단으로까지 발전한 리셀
리셀은 말 그대로 중고상품을 되파는 것을 말한다. 본래 리셀이란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중고거래'였지만 이제는 하나의 재태크, 사업 수단으로까지 발전했다. 리셀을 전업으로 삼는 리셀러는 한정판 제품의 희소성을 노린다. 인기 있는 상품에 대한 수요는 넘치는데 갯수는 한정돼있다. 이 점을 노린 리셀러들은 하루종일 매장 앞에서 줄을 서는 등 어떻게든 해당 상품을 구매해놨다가 판매재고가 소진되면 그때 리셀을 한다. 거래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일반인들은 "왜 큰 돈을 주고서 사냐"고 반문하겠지만 리셀 제품은 리셀러들에게, 한정판 애호가에겐 멈출 수 없는 '마약'과도 같은 제품이다. 리셀 품목은 과거 '샤테크(샤넬+재테크)', '롤테크(롤렉스+제테크)' 등 고가 명품에서 최근에는 운동화, 빈티지가구, 아트토이 등으로 다변화되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세계에선 리셀 품목으로 운동화의 위상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운동화는 운동을 할 때 착용하는 기능성 제품에서 패션 아이템으로, 그리고 지금은 수십~수천 %대 수익률을 훌쩍 넘기는 재테크 투자 상품으로 발돋움했다. 주식시장처럼 신발을 거래하는 개념을 도입한 애플리케이션 해외업체 스톡엑스는 유니콘(기업 가치 1조원 이상) 기업으로 등극하기도 했다. 미국의 투자은행 코언앤드컴퍼니는 현재 20억달러(2조3000억원) 규모인 전 세계 스니커즈 리셀 시장이 2025년까지 60억달러 규모(7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룹 빅뱅의 지드래곤(본명 권지용)이 전역 이후 첫 행보로 나이키와의 협업을 통해 에어포스1 파라-노이즈 출시를 택한 건 우연이 아닌 대목이다. 전 세계에 1만족만 한정 발매한 이 운동화는 12시간 이상을 추운 홍대 길거리서 기다린 사람들에게 21만9000원에 팔렸다. 인터넷에서 해당 운동화는 1300만 원에 리셀되기도 했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 리셀 문화 노리는 패션·유통 국내 업체들
우리나라에선 밀레니얼 세대가 리셀 문화를 이끌고 있다. 실제로 미술품 경매사인 서울옥션블루에서 9월 론칭한 스니커즈 경매 온라인 사이트 '엑스엑스블루'의 경우 오픈 4개월 만에 회원 수가 10만명을 돌파했다. 가입자의 87%는 18~34세의 밀레니얼 세대였다. 이 사이트에서 발매 가격이 23만9000원이었던 '트래비스콧X나이키조던' 운동화는 240만원까지 가격이 상승한 채로 팔렸다.

한정판에 대한 수요가 갈수록 늘어나고, 이를 노린 리셀러들이 급격히 늘어나자 최근 패션·유통 업계에선 희소성을 바탕으로 리셀을 공공연한 홍보 및 마케팅 수단으로 삼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업계 최초로 다양한 한정판 스니커즈 행사를 기획, 밀레니얼 고객 유치에 힘쓰고 있다. 12월에 단독으로 유치한 'JW앤더슨X컨버스'의 '런스타하이크' 스니커즈는 판매 시작 8시간 만에 1000족이 완판됐다. 판매 당시 10만원대였던 제품들은 리셀 시장에서 현재 3배 이상 가격이 뛰었다. 지난 1월엔 선착순 한정 판매한 '오프화이트X나이키'의 '척테일러 70 스니커즈'는 오픈 3시간 만에 완판된 바 있다.

유다영 롯데백화점 스포츠 치프바이어는 "최근 밀레니얼 세대들 사이에 스니커 테크 등 ‘리셀’ 문화가 확대되고 있다"며 "확대되는 시장 규모에 발맞춰 다양한 한정판 제품의 유치를 통해 밀레니얼 고객을 집객시키고자 한다"고 말했다.

업계선 '신제품을 갑자기 떨군다'는 이른바 '드롭'(drop)이라고 부르는 상품 판매 방식 역시 유행이다. 드롭은 한정판 제품을 소량만 생산해 이를 기습·일시적으로 파는 방식이다. 시즌마다 한꺼번에 전체 컬렉션을 공개하거나 수량 제한 없이 꾸준하게 재발매하던 종전 유통 방식과 달리, '희소성'을 앞세워 소비자와 리셀러를 유혹하는 것이다.

실례로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11월 노스페이스와 협업해 눕시 패딩 점퍼를 500장을 한정 생산하고 3일만에 완판시켰다. 신세계 관계자는 "'드롭' 이벤트를 매달 꾸준히 진행하며 올해 매출이 지난해보다 2배 뛰었다"고 전했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 높은 가격 문제는 없지만…탈세 가능성은 조심해야
일각에선 리셀 문화를 두고 지나친 가격에 거래되는 게 아니냐며 문제를 제기한다. 다만 현행법상 판매자가 인맥과 자금력을 동원해 얻어낸 특권 즉 백도어(불공정 방법으로 구매) 등으로 제품을 얻지 않았다면 자기가 산 물건을 되파는 행위는 불법이 아니다. 결국 가격적인 측면에서 '리셀'이 옳은가 그른가에 대한 기준은 다분히 개인에게 맡겨진다.

다만 개인 간 거래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 리셀 문화에는 언제나 탈세 가능성이 뒤따른다. 부가가치세법상 리셀을 통해 6개월내 공급하는 가액이 1200만원을 넘을 경우에는 부가가치세를 납부를 해야 한다.

최근에는 개인 리셀러들를 중심으로 해외직구 리셀을 할 때 관세법의 무지로 인해 탈세 의혹자가 된 리셀러들이 늘고 있다. 지난해 '해외직구 리셀' 신고 건수는 1185건으로, 실제 적발 사례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례 중 상당수가 대학생이나 주부 등 일반인이었다.

관세법에 따르면 국내 거주자가 스스로 사용하려 150달러(미국 물품은 200달러) 이하 물품을 수입하는 경우 관세를 적용받지 않는다. 다만, 이를 본인이 사용하지 않고 타인에게 판매하면 원가보다 싸게 팔더라도 불법행위다. 적발 시에는 5년 이하 징역이나 관세액의 10배와 물품 원가 중 높은 금액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해진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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